[스크랩] [나라야마 부시코] 楢山節考 (유산절고)
[나라야마 부시코] 楢山節考 (유산절고)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다.
제레미 다이아몬드 박사는 그의 저서 에서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문명의 발전을 딱 잘라서 환경결정론의 입장에서 볼 수는 없지만, 지리 환경이 인간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는 이러한 사실을 130분의 영상으로 풀어서 보여주고 있다.
여아(女兒)의 인신매매나 남아(男兒)의 시체유기와 같은, 다소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든 나라야마의 관습을 보면서 우리는 일본인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 그런 관습들은 일본인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잔인한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인한 식량부족이라는 환경적 차이에 원인이 있다.
하물며 고려장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 생산이 다소 안정적인 농경사회에선 오랜 세월동안 경험을 통해 생리의 이치를 깨달은 노인들이 존경받았던 것과 달리,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지 마을에선 그들은 생산력도 노동력도 없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노인을 모시고 살만큼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의 계급분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 사회가 조그만 초기 추장 사회의 수준을 넘어 경제적으로 더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계층화되고 정치적으로 중앙집권화 된 사회로 발전할 때는 언제나 식량 생산이 그 기반이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농경 기술의 발달로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면서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계급이 분화되고, 이때 자연스럽게 경험이 많은 노인들이 부족의 장으로 추대 받거나 조언자로 존경받는다.
또 근력이 센 남자들이 그렇지 못한 여자들보다 계급적으로 우월해져 동등했던 남녀 간의 힘의 균형이 깨진다. 그러나 충분한 생산량이 없는 경우 이러한 계급분화마저 이루어지지 않아 원시적인 남녀평등, 계급평등의 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분명 가상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허구(Fiction)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허구의 테두리 안에 담아 둘 수 없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환경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라는 생태주의적인 관점이다.
첨단과학기술의 총체라고 불리는 비행기도 기상이 악화되면 이륙하기 못하고, 분지지역의 도시에선 기온역전현상으로 인한 스모그가 빈번하게 발생해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기술의 발달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아직까지도 자연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은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자연환경 안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백년 전,한 마을의 관습에 따르면 일흔 살이 된 노인들은 나라야마의 산의 꼭대기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다.나머지 가족들에게 짐이되지 않기 위해!
슬픈이야기는 많다.
어머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그러나 [나라야마 부시코] 같은 이야기는 없다.소재는 살아남기 위해 노인을 죽여야 하는 '기로전설'. 우리에게도 '고려장'이라는 비슷한 풍습이 있었음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낯설지는 않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이 담보가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 스토리는 시작된다.일흔 살이 된 어머니가 아들과 가족들에게 짐이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나라야마 산으로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애틋한 이야기는 삶 그 자체이다.
그리고 누구나 마음 밑바닥에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슬픔이 등장인물의 삶을 훑어 나간다.
태어난 것은 죽게되고 모인 것은 흩어지고 높이 올라간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삶의 진리다.그러나 [나라야마 부시코]는 죽음에 이르는 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삶의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다.그 안에는 어떤 감동적인 소설도 따라 올 수 없는 강한 흡인력이 있다.
삶에 밀착한 이야기가 아닌 삶 자체인 이야기.이 소설을 읽다보면 누구나 이 이야기에 압도되는 것도 그 이유다.
원적은 후가자와 시치로의 소설 [나라야마 부시코]이다.그러나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아무라 쇼헤이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후가사와 시치로의 다른 소설 한 편을 인용해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따라서 국내에 출판된 이 소설은 영화의 스토리를 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의 가치는 그 폭발적인 감동에 있다.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일본영화 100년 사상 가장 뛰어나다는 영화적인 찬사를 차치하고서라도 한 편의 소설로도 아주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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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楢山節考 (유산절고)를 보고...
-충남서산 개심사 대웅전 측면에 그려진 부모은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