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재도

진가 2010. 7. 11. 12:31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조재도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 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 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