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지골 편지5

진가 2013. 12. 26. 23:25

연지골 편지5

                                                                 진길장

 

갈참나무 숲 사이로

멀리 벼이삭이 익어가는 층층이 논엔

낮 안개 속 빗방울 소리가

내 작은 창가로 들려옵니다

잠잠했던 아이 과잉행동은

다시 교실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건을 던지고 옆 친구를 때리는 아이

지난 학기 내내 모두를

노심초사 힘들게 했던 아이

이유도 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

아이는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일 것입니다.

 

잠자리 한 마리 어쩌다 들어와

밖으로 나가려 발버둥 칩니다

잠자리는 내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곳에서 팔딱입니다

잠시 잠자리를 잡아 밖으로 날려 보낼까

아니면 그냥 놔둘까

어쩌면 그 아이도

잠자리 같은 처지일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잠자리 날개를 잡아

연지골에 멀리 날려 보냅니다.

 

 

 

 

 

 

출처 : 사)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글쓴이 : 느티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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