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을

진가 2013. 12. 26. 23:29

가을

 

                                                                           진길장

 

팔순을 넘긴 장모님은

앞마당에 쌓아 둔 팥 단 건불 고르느라

쌀 까부르던 키를 들고

빗방울 떨어지는 무밭 머리에서

키를 치며 팥알을 고른다

쭉정이와 건불을 사정없이 내치고

잘 여문 붉은 팥알을 키 안으로 모은다

키질 한 번 할 때마다

육남매 키운 세월의 등줄기는

더 굽어 진다

 

행목리 노인정엔

삭신 쑤시는 고단함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안산으로 시집간 딸과

당진에 횟집 차린 아들 사는 이야기에

스무날

수숫대 머리 위 구름 사이로

달 기우는 밤이 깊어간다

 

 

 

 

 

출처 : 사)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글쓴이 : 느티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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