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그는 간척지가 된 서해안 그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개펄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사는 중이다. 80년 '삶의 문학' 문학청년 시절을 거쳐 무크지 민중교육에 유일하게 소설을 발표했다가 해직교사의 길을 걷기도 한다. 그 후 신문사 출판사 등을 부평초처럼 떠다니다가 복직 후 주로 충남 공주와 서산에서 분필을 잡으며 전교조와 풍파를 함께 했다. 시집 '유년일기'와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 소설집 '비늘눈' 장편소설 '엄마의 장롱' 성장소설 '닭니'와 산문집 '선생님 울지 마세요'를 출간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대전충남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핸드폰과 자가용도 없이 오로지 술과 글에만 매진하고 있다.
이제 그도 지천명이 되었다. 팔팔하던 어깨 근육이 굳어버렸고 시험지를 셀 때마다 침을 바르다가 아이들의 핀잔을 받기도 한다. 그는 '진한 사연들 나뭇잎처럼 훌훌 털어낼 시점이다. 벗들은 쾌재를 부르거나 바둥바둥 사는 중이고 더러는 먼저 구천에서 자리잡고 굽어보기도 한다. 참으로 쏜살같은 세월이다. 콩나물콩 다독였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어느 새 아이들이 미루나무 물 좋은 청춘으로 쑥쑥 뻗어 나오는 것이다. 하여 그네들이 선생이 되고 운동권이 되고 노동자와 지식인으로 주역의 자리를 치고 나오면 가차없이 자리를 비워주어야 할 것이다' 하고 지천명에 즈음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강병철의 교육 에세이 <쓰뭉 선생의 좌충우돌기>. 저자의 여덟 번째 책으로, 교단의 추억과 동시대 문우들과의 시대적 아픔, 그리고 희망을 넘어온 사람들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저자는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내어, 현재를 과거와 함께 보여주며 현재라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또한 자신의 삶을 작가와 교사와 아버지로 나누어 풀어내고 있다.
충남 서산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부석초등.중동중.마포고.숭전대 국문학과와 공주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삶의 문학'동인으로 활동하며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당한다 있다. 쎈뿔여고를 거쳐 하구언과 신문사,출판사 비정규직을 나뭇잎처럼 떠돌가가 복직한 후 충남 탄천중,공주여중, 공주중, 고북중, 서산여중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유구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집 '유년일기',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 소설집 '비늘눈', '엄마의 장롱', 성장소설 '닭니', '꽃 피는 부지깽이', 산문집 '선생님 울지 마세요', '쓰뭉선생의 좌충우돌기'가 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작가회의 대전충남지회장을 역임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강병철의 시집『꽃이 눈물이다』가 출간됐다. 일선 학교에서 20여년 동안 한결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한편 문학인으로서 부지런히 써 온 시들이다. 시집에는 사소하고 세심한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생활인으로서의 치열함, 틈만 나면 대학 도서관을 찾아 활자와 씨름하는 문학인으로서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일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시인은 간혹 일상의 언어에 날카로움을 묻어 놓아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책 소개
시인이자 소설가인 강병철의 시집『꽃이 눈물이다』가 출간됐다. 일선 학교에서 20여년 동안 한결같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한편 문학인으로서 부지런히 써 온 시들이다. 시집에는 사소하고 세심한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생활인으로서의 치열함, 틈만 나면 대학 도서관을 찾아 활자와 씨름하는 문학인으로서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일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시인은 간혹 일상의 언어에 날카로움을 묻어 놓아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시인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지역운동가 김홍성은 “거친 목소리 속의 섬세한 관찰력이 섬뜩하다. 통상을 비틀어 세상의 위선을 까발리는 도발적 언어는 투박함 속에서도 여린 빛을 잃지 않는다”고 말한다.
생존을 위한 맞벌이 가장의 안간힘
가장이자 맞벌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시인의 생활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 “참기름 병뚜껑 그 사소함에 온 세상 우지끈 뒤집어”(「꽃샘 눈」)진다. 병뚜껑 찾아 이리저리 들쑤셔도 나오라는 녀석은 나오지 않고 엉뚱한 잡동사니만 손에 잡힌다. 한참을 씨름하다 부랴부랴 출근길에 오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파트 한켠 자투리 공간 활용해 만들어 놓은 남새밭에서는 ‘구역다툼’이 한창이다. 시인도 어느덧 “점령군 되어 호미 날 파헤치는 출석 점검”을 시작했다(「텃밭 입문기」). 식솔들 먹일 양식을 확보하려는 안간힘이다. 시인이 아닌 생활인 강병철로 드러나는 이러한 모습은 식솔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의무를 짊어진 가장의 모습이다.
아파트 입주 시초부터 할머니들이
공터에 금을 긋고 있었다 긋는 대로
채마밭 소유주가 되기에 그도 재빨리 점령군 도어
호미 날 파헤치는 출석 점검 시작되었다
(중략)
스티로품 화분으로 밑거름을 날랐다
그는 확실히 맛이 갔다 파랗게 질리지 않고
오물덩이 채우면서 넉넉해진 안도감이여
- 「텃밭 입문기」 부분
소심하다 할 정도로 세심한 생활인 강병철은 사람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는다. “공문서 한 장으로 삽시간에 ‘아작’”(단속반이 지나가고」)난 노점상들의 아픔에 고스란히 동참한다. 어질러진 노점상 파편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다시금 굳게 일어선다. 이들을 보는 시인의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또한, 시인의 글에서 호명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뼈아픈 애정을 드러낸다. 불시로 찾아오는 ‘그니’에게 어김없이 ‘배춧잎 몇 장씩’ 쥐여 주고 만다.(「업」) 한번 맺은 인연은 질기게도 이어 가는 끈질긴 마음이다.
참숯같이 타오르는 억척스러움
가장으로서 교사로서의 삶도 바쁘련만, 스스로 문학인임을 잊지 않고 부지런히 작품을 발표했다. 『꽃이 눈물이다』는 1995년 첫 시집 『유년 일기』를 발표한 이후 벌써 아홉 번째 작품이다. “중년의 한때 도서관 중독자가 되려고 했다”는 시인의 고백은 그가 얼마나 글에 목말라 하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 김열은 “그의 펜촉에는 날로 양질의 근육이 붙는 중이다. 그리고 지역 문학판 후배들 사이에서 수문장처럼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웃을 때면 점점 하회탈을 닮아가는 그다”라고 평한다.
머리카락 빠진다, 세면대에 구부리면
국숫발처럼 뚝뚝 끊어지는 지천명의 두피?K
어떠냐, 팔 뻗치고 거리 멀어져야
비로소 글자가 잡히지만 버틸 만하다
돋보기 너머 흘기기도 하면서
보양식처럼 아득아득 활자 씹는다 절대로 밀릴 수 없다
- 「지천명의 책 보기」부분
시인은 ‘임플런트와 돋보기를 귀한 손님으로 맞이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지치지 않았다’며 활자와 씨름한다. 가장으로서, 교사로서의 생활들을 시에 녹여내는 그의 작업은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시인은 “나이 먹을수록 싸움을 잘하는 세상은 없는가”(「새벽 설거지」)하고 탄식하며, 자신과 그리고 자신이 관계하는 세계와의 싸움을 선포한다. 한반도를 책임지려 했던 포부를 접어두고 새벽 설거지를 해야 하는 세속의 사내지만, 후배 문인들은 스타급 명망가가 됐다는 소문을 들어야 하는 장년의 평교사지만, 시간을 쪼개 대학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한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시들은 참숯처럼 우리의 삶을 뜨겁게 달군다.
시인의 말
…
마지막으로 전교조다. 정체성을 걸고 투신했던 신앙처럼 아름다웠던 시간이었노라고 감히 확언한다. 그네들은 여전히 날아오는 표창을 흥부의 알몸으로 껴안으며 노랗고 하얀 무꽃, 배추꽃을 피워내는 중이다. 눈사람 부수듯 짓밟던 편견의 무리조차 초심의 체온으로 녹여내려는 바보 천사들, 부끄럽지만 그들이 내 글의 독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
-「작가의 말」에서
추천사
음울한 시국 70년대 캠퍼스, 그 후 강병철과의 인연도 어언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알 수 없는 건 그의 몸이다. 시인과 소설가, 전업 작가와 학교 선생, 그냥 이웃집 아저씨와 골목길 술동무 사이를 넘나드는 몸의 양태다. 이번에는 불쑥 시집 표사를 써달라는 것으로 안부를 묻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서 나는 인연의 끈을 소중히 여겨 끈질기게 교감하려는 가슴 따뜻한 사내를 만나게 된다. 자기 존재를 찾아 하얀 밤을 지새우는 눈물겨운 사내의 몸짓이라니. 그래서일까, 거친 목소리 속의 섬세한 관찰력이 섬뜩하다. 통상을 비틀어 세상의 위선을 까발리는 도발적 언어는 투박함 속에서도 여린 빛을 잃지 않으니, 불분명(?)한 정체성에도 그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야 할 가장 큰 이유다.
- 김홍성 지역운동가
책속으로
꽃이 눈물이다
눈 내리지 않던 겨울
새순 뻗던 희망이 죄다 눈물임을 안다 마른 땅에 내린 뿌리털들 돌조각 모질게 삼켜 대면서 탱탱이 부푼 저 나뭇가지들, 봄바람에 자르르 터질 것 같더니
너를 찾는 저 벌판은 온통 아지랑이다 벌판 뒤켠으로 얼핏 비친 그림자 이마를 ‘딱’ 때린다 ‘저놈 새꺄’ 손짓하는 언덕길 치달려 ‘옳다구나 드디어 나타났구나’ 팔 벌리니 산수유 개나리 그 너머로 진달래 그 모든 봄꽃들 노랗고 빨간 눈물로 치렁치렁 매달려 있다
꽃샘 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싱크대 틈새기로 빠져 버린 참기름 병뚜껑 그 사소함에 온 세상 우지끈 뒤집어지는 것이 문제다 동굴 속에 안주하던 온갖 잡동사니들 ‘틈입자 빗자루’와 맞붙으며 아우성이다 먼저 썩은 행주 조각이 모서리에 발목 묶은 채 안 된다 안 된다 살려 달라며 이를 옹문다 이번에는 식칼로 바닥 긁기다 사이다병 뚜껑이 뽀얀 먼지 뒤집어 쓴 채 ‘아아 형광등은 너무 눈이 시려요’ 옷고름 부여잡고 얼굴 붉힌다 마지막으로 효자손 갈퀴질이다. 찌그러진 볼따구 지줏대 삼아 치켜올린 둔부가 끙끙 수치심에 떤다 모가지 힘줄 때마다 우두둑 구기며 이를 갈지만 녹슨 젓가락 하나 토해 냈을 뿐 딸깍딸깍 밀려만 가는 병뚜껑
동트는 새벽 출근길 밥고리 찾아 허발나게 달리자 삼월 아침 하늘 뚜껑이 열려 대설주의보가 내렸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