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 새가 찾아오셨다
홍일선
꿈 속
억겁의 시간이 훼손되었던 듯
거대한 소음이 나를 깨웠다
강물 여울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덤프트럭들이 운구차처럼 검은 띠를 두르고
강천보 제방을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강의 마음 속 곳곳에
날카로운 쇠말뚝이 박힐 때
광목 흰 깃발들이 나부끼고
온몸에 꽃문신을 한 토건복합체
푸른 포크레인이 무슨 말을 하는 것도 같은데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산란처를 찾지못해 강을 떠도는
야윈 물고기들이 언뜻 보였다
남한강 도리섬 한 귀퉁이
갯버들이 새싹을 틔우지 못하고서도
그럭저럭 수줍음 많은 봄이었고
그때였을 것이다
밝은 눈 맑은 귀를 한 고니 한 마리 찾아온 것이
먼 시간 을숙도에서 오셨을거라고
강물이 귀뜸하지만
꿈 속 나는 벙어리에다 귀머거리여서
그 새 고니에게
내내 무탈하시라고 빌지도 못했다
홍일선
1950년 경기도 화성생
1980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농토의 역사』『한알의 종자가 조국을 바꾸리라』『흙의 경전』등
현재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생명의 어머니이신 강을 모시기위한 문화예술인연대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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