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진길장
밤송이 익어가는 골짝
지난여름 장대비에 쓸려간
언덕길을 한참 더 올라 겨우 닿은
조부 증조부 산소
숲에서 들리는 풀벌레소리와 함께
무성한 풀들만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한 달 전부터 객지로 연락해
오랜만에 많지 않은 3代가 모여
벌초를 한다.
생전 처음 매보는 장조카 예초기는
몸과 따로 노는데
고향 지키는 숙부는 고집스레
이젠 너희들이 할 일이라 맡긴다.
흘러내리는 땀 닦을 새 없이
풀을 걷어내는데
구름 사이로 내민 햇살에
힘겹게 돌아가는 예초기
명년에도 모두 모여
벌초를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듯 숙부는
먼 산 구름만 올려다본다.
출처 : 사)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글쓴이 : 느티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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