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벌초

진가 2013. 12. 26. 23:24

벌초

 

                                                                                 진길장

 

밤송이 익어가는 골짝

지난여름 장대비에 쓸려간

언덕길을 한참 더 올라 겨우 닿은

조부 증조부 산소

숲에서 들리는 풀벌레소리와 함께

무성한 풀들만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한 달 전부터 객지로 연락해

오랜만에 많지 않은 3가 모여

벌초를 한다.

생전 처음 매보는 장조카 예초기는

몸과 따로 노는데

고향 지키는 숙부는 고집스레

이젠 너희들이 할 일이라 맡긴다.

 

흘러내리는 땀 닦을 새 없이

풀을 걷어내는데

구름 사이로 내민 햇살에

힘겹게 돌아가는 예초기

명년에도 모두 모여

벌초를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듯 숙부는

먼 산 구름만 올려다본다.

 

 

 

출처 : 사)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글쓴이 : 느티나무 원글보기
메모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모기 세 마리  (0) 2013.12.26
[스크랩] 연지골 편지3  (0) 2013.12.26
[스크랩] 제부도에서  (0) 2013.12.26
[스크랩] 處暑 무렵  (0) 2013.12.26
[스크랩] 흔치고개 휴게소에서2  (0) 201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