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작은학교

진가 2010. 3. 10. 21:44

작은학교

 

새벽 안개를 가르며 들로 나서는 농부의 모습에서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모내기를 끝 낸지 얼마 되지 안은 것 같은데, 벼 잎들은 벌써 짙푸른 색으로 변하여 뿌리를 땅 속 깊숙이 내려 줄기를 곧게 세우고 믿음직하게 논을 지키고 있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벌써부터 여름장마가 걱정되기도 한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夏至(하지)를 지나 무더위가 시작되는 초복도 얼마 남지 안은 節氣(절기). 옛날에는 두레라는 품앗이가 있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다>이라는 큰 깃발을 앞세우고 넓은 논을 돌며 농악으로 흥을 돋우면 나머지 두레 일꾼들은 한 줄로 서서 애벌김매기를 하였을 시기였다.

얼마 전 남촌초등학교에서 남촌초등학교 동문체육대회를 가졌다.

해 마다 6월에 실시하는 행사가 벌써 여섯 번째 이어지고 있다.

우선 1회부터 10회까지의 동문들이 모이고 있는데 점차적으로 동문 참여 회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이번 체육대회에도 많은 동문들이 참석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초등학교 시절의 옛 추억을 더듬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젠 사십대 중반이 되어버린 세월의 공간을 뛰어 넘은 만남은, 초등학교 시절 코 흘리게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옛 추억을 되짚으며 우리는 시간의 공간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1970년대 초반으로 전교생이 400여명이나 되었다.

한 학년에 2학급씩 되어 지금보다도 어린이들이 훨씬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올 에피소드 한가지를 이야기해 보자.

그 때는 학교 앞 큰길이 포장되어있지 않아 차가 한번 지나가면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 먼 곳에서도 차가 오고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가 끄는 마차가 겨우 길의 주인행세를 하던 시절, 하루 종일 차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흔치 않았다. 하루는 월요일 아침 운동장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의 진지한 훈화 말씀이 막 시작되고 있는데 학교 앞 큰길로 미군 군용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와! 미군이다. 미군트럭이다”하면서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모두 교문 쪽으로 달려갔다.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순간적인 일에 교장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이나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미군 트럭이 지나간 다음에야 전교생 아이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상황을 직시하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고 교장선생님은 우리들로부터 다음부터는 그렇지 않기를 다짐받고 교단을 내려가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너무나 촌스러운 일이 그 시절에는 큰 구경거리였다.

그리고 여름이면 운동장 가장자리에 돋아나는 풀을 뽑느라 매일 호미를 가지고 등교를 했던 일, 학교 울타리를 조성하기 위해 원암 앞산으로 노간주나무를 캐러 다니던 일,

농번기 때가 되면 4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모내기를 하러 다녔고, 고속도로 주변 논들은 더 자주 다녔는데 그 이유는 고속도로로 높으신 분들이 지나간다고 보기 좋게 보이기 위하여 피사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가을이면 벼이삭을 주우러 다니던 일 등 초등학교 시절은 우리의 삶에 소중한 기억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중요한 많은 지표를 심어주었다.

요즘 교육현장에서 열린교육, 열린학교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그것에 대한 연구와 방법모색에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교실 수업 외에 수많은 여러 가지 일들이 열린 수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수업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또한 배움은 교과서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다.

아이들이 직접 일상생활을 하면서 체험하고 부딪기는 모든 것에서 배우고 얻어 지는 것이란 생각이다.

짧은 소견이지만 그런 것이 열린교육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도시나 농촌이나 할 것 없이 학교수업이 끝나고 나면 교문 앞에 학원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들을 실어 간다. 학원에 가서 학교에서 못다 배운 피아노를 배우고 속샘을 배우고 그리기를 배운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 어릴 적 그 아이들보다 월등히 그림을 잘 그리고 속셈을 잘하진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다.

남촌초등학교처럼 소규모학교에서는 열린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많은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규모학교의 특징을 살려 진정 참다운 교육, 인간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초등교육이 되어야 하겠다.

요즘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한다고 하는데 교육행정을 하고 있는 분들의 큰 잘 못이며 큰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통폐합에 따른 비교육적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몰지각한 처사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동문체육대회 등은 소규모학교의 전통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질 수 있는 좋은 예라 생각된다.

이것은 또한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 그리고 학교의 주인인 어린이 여러분과 학부모님들이 삼위일체 되는 노력이 뒤따를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도 새벽 안개를 가르며 벼포기들과 인사하며 물꼬 보고 돌아온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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