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아이들을 바라보며

진가 2010. 3. 10. 21:51

아이들을 바라보며

 

 

 

침에 출근하여 으레 커피한잔을 마시고 나면 창 밖으로 두 아이가 손을 마주 잡고 교문에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한 아이는 올해 중학 3학년으로 이제 한학기만 다니면 졸업을 하는 아이고 또 한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다.

둘은 학교 뒤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어 매일 둘이서 손을 잡고 정답게 학교에 온다.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이곳은 집에서 통학을 하는 아이들이 있고 학교와 한 울타리 안에 아이들 기숙시설이 갖춰진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일상생활능력이 떨어져 혼자서 학교에 오고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특수학교에는 아이들 통학을 위해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보통 일반 초등학교 아이들 학교에 가는 시간보다 일찍 지정된 장소에 시간에 맞춰 나와 있어야 된다.

통학버스 운행거리가 5-60km가 되니 아침통학버스 운행시간이 약 2시간 가량 걸리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등하교 하는 일이 일반 초등학교 아이들보다 몇 배는 더 어렵지 않을 수 없다.

일반 초등학교 아이들은 지역별로 학교를 배치 받기 때문에 아무리 멀어야 걸어도 20분 내외면 족하다.

또한 아이들 스스로 학교에 오고갈 수 있어 학부모님들의 심적 부담은 장애아이를 두고있는 학부모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이에 비하면 장애아이를 두고있는 학부모의 아이 등하교에 따른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령 그 한가지 어려움뿐이겠는가!

모든 것을 제 스스로 해내지 못하니 아이의 모든 일상생활을 가족이 대신해줘야 한다.

아이 소 대변 가려주는 일. 옷을 입히고 벗겨주는 일. 세수하기 이 닦기등 몸단장하는 일. 식사를 하는 일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온 식구가 한 아이에게 매달려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러니 가족들은 항상 고민과 걱정을 지니고 살아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아이가 친언니 동생처럼 두 손을 꼭 맞잡고 학교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학습면에서나 일상생활능력에서나 인지력이나 모두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아이들 지도하는데 특수학교 선생님들은 일반학교에서 처럼 일체수업을 할 수가 없다.

아이들 개개인의 장애정도에 따라 개별 지도를 해야 한다. 장애아이를 둔 가정에서처럼 학교에서도 선생님은 아이들 모든 것을 도와주고 부모노릇을 대신 해줘야 한다.

장애아이들은 어떤 공부를 하며 어떻게 수업을 할까?

장애아이들 공부하는 교실을 일반 초등학교 교실을 상상해서 생각하면 올바르지 않다.

물론 초등부 고학년이나 중학부 고학년의 경우 일반 학교 교육과정과 같은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아이의 한 가지 부적응행동을 고치기 위해 한 학기 또는 일 년 이 년을 지속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수학교 선생님들은 그렇게 지속적으로 지도하여 아이의 부적응행동이 고쳐지거나 교사가 의도하는 대로 바르게 수정되었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예전까지만 해도 사회복지 시설에는 연고가 없는 아이들이 시청 사회복지과를 통해서 많이 입소했지만 얼마 전 국난이라고 불리우는 IMF 경제난을 겪고는 경제적 가정파탄으로 생계가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시설에 들어오는 예가 늘었다.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나이에 따라 유치과정에 다니는 아이도 있고 초등과정, 중학과정에 다니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들은 고등과정을 마치면 시설 재활작업장에서 아이들 능력에 맞는 재활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재활훈련을 받는다.

이들이 하는 일은 사출기를 이용하여 아파트 우유 투입구와 우편함을 만드는데 모두 맡은 일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생활재활선생님들의 지도로 능력에 맞는 생활훈련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학교에서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많은 아이들이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는 일반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편견과 질시가 깊게 베어 있다.

이런 느낌은 장애인을 둔 가정이나 장애인 복지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같은 생각일 것이다.

사회에서 소외 받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들의 사회복지 정책에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어도 장애인을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별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장애인사회복지시설이나 양로원 등에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고 있다. 이는 일반 중.고등학교에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점수를 주고 평가하는 난이 있어 그 영향이 크다고 하겠다.

어쨌든 이것을 계기로 많은 학생들이 평소 알지 못했던, 알면서도 별 관심을 두지 안았던 소외 받는 이웃에 대한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너무 형식적으로 시간만 때우고 봉사활동 확인증만 받아가려는 아이들도 있어 섭섭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이런 만남이라도 자주 갖게 되면 어려운 이웃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는가 생각했다.

가까운 한 친구는 중학교에 다니는 자식이 너무 세상을 모르고 개인주의적이며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서, 우리 장애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숙식을 같이 하면서 장애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가 체험할 수 있도록 문의해 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흔쾌히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일반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나온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장애아이들에게서 얻어 가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남에게 큰 배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아이들은 일반학생들에게 물질적 신체적 도움울 받지만 대신 장애아이들을 통해서 더 큰 정신적 에너지를 받아간다고 믿는다.

 

교문을 들어서던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오전 수업이 끝나 점심을 먹고 한 손에 운동화가방을 들고 교문 밖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한 아이는 오후 수업을 하고 더 있다가 집에 갈 것이다.

이 정도 혼자 집에 오고 갈 수 있는 아이들이면 일상생활능력이 매우 양호한 아이다. 어쨌든 우리 아이들 모두 몸이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조금 나으면 나은 대로 고만한 삶에 높이로 향상 즐겁게 명랑하게 우리 이웃에게 희망을 주며 그래서 자기자신도 희망을 갖는 희망의 천사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따라 커피 향이 코끝 가득 더욱 짖게 베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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