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신 - 다시 촛불을 든다

진가 2010. 7. 3. 02:23

다시 촛불을 든다

 

 

용환신

 

 

무엇을 말 할거나

무슨 말을 할거나

소용 없는 줄 알면서도

일어서는 말 잠 재우고

어둠 덮인 추운 이 봄날,

우리는 거친 바람의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든다.

너무나 미안해서

너무나 그리워서

고개 숙여 눈 감고

슬픔의 한가운데 몸부림쳐 보지만

가슴은 허허벌판

아무도 없는 새벽

그의 뚜벅걸음 발자국 소리에

겨우 하루를 연다.

슬픔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분노의 밤은 이어지고

이제 분노조차 슬퍼질 때

우리는 어딘가 홀로 걷고 있을

푸른 역사의 순례자

그의 뒤따름 길 밝힐

촛불을 다시 든다.

짓밟힌 사람 사는 세상

들꽃이 되자 솟는 작은 불

점점이 이어져 길을 만들고 파도 일으켜

마침내 꽃향기 세상 향해

오늘도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든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 화남 - 에서 옮김

 

 

용환신 : 1949년 경기 수원 출생. 1985년 <민족문학>을오 등단. 시집으로

<우리 다시 시작해 가자> <겨울꽃> 등. <사람과 땅의 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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