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촛불을 든다
용환신
무엇을 말 할거나
무슨 말을 할거나
소용 없는 줄 알면서도
일어서는 말 잠 재우고
어둠 덮인 추운 이 봄날,
우리는 거친 바람의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든다.
너무나 미안해서
너무나 그리워서
고개 숙여 눈 감고
슬픔의 한가운데 몸부림쳐 보지만
가슴은 허허벌판
아무도 없는 새벽
그의 뚜벅걸음 발자국 소리에
겨우 하루를 연다.
슬픔도 위로가 되지 못하는
분노의 밤은 이어지고
이제 분노조차 슬퍼질 때
우리는 어딘가 홀로 걷고 있을
푸른 역사의 순례자
그의 뒤따름 길 밝힐
촛불을 다시 든다.
짓밟힌 사람 사는 세상
들꽃이 되자 솟는 작은 불
점점이 이어져 길을 만들고 파도 일으켜
마침내 꽃향기 세상 향해
오늘도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든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 화남 - 에서 옮김
용환신 : 1949년 경기 수원 출생. 1985년 <민족문학>을오 등단. 시집으로
<우리 다시 시작해 가자> <겨울꽃> 등. <사람과 땅의 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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