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통치 아닌 교육협치를

진가 2010. 8. 25. 21:51

[데스크칼럼]교육통치 아닌 교육협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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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범/편집실장
7월 1일 민선교육감의 취임으로 본격적인 교육자치가 시작되었다. 중앙정부의 통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학생과 학부모의 뜻에 부합하는 교육, 지역 현실에 적합한 교육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간의 교육자치는 반쪽자치로 중앙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대리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 가치를 표방한 교육감이 6개 시 ·도에서 당선하면서 교육계 안팎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은 취임식부터 기존의 방식과 틀을 벗어나 검소하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기대를 더 갖게 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들에게 기대가 큰 것은 우리교육 현실이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적 병폐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겪는 고통이 극에 달했다는 국민의 현실 인식이 새로운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그간의 퇴행적인 관행과 교육풍토를 쇄신하고 창조적 교육과 인성교육을 실현해 공교육의 새로운 혁신을 이루는 것이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이다. 그렇지만 진보교육감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교육을 여전히 정파적으로 접근하는 보수 세력의 반발과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교육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교육 병폐의 원인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육철학과 교육가치의 부재에 있었다. 특히 시장주의 논리가 입시경쟁과 맞물리면서 교육의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차별화된 특권교육이 강화되고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격차가 심화된 것이다. 따라서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진보교육감의 당선에 기여한 것은 차별화된 정책대안이었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가 그것이었다. 이 두 가지 의제가 함의하고 있는 것은 교육복지의 보편적 실현과 학교시스템의 변화이다. 이는 곧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교육자치의 새로운 협치(governance)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교육감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감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욕심은 자칫 오프사이드에 걸린 공격수가 될 수 있다. 또 교육관료들에 둘러싸여 외로운 섬이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치단체와 교원단체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주체로 참여하여 토론하고 협력하는 교육자치가 필요하다. 자치단체장들도 취임 일성으로 '참여'와 '소통'을 강조했다.
 
학교 교육이 살아나려면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간의 교육 정책은 교사들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책임만 강요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사기가 떨어졌고, 학원강사보다 못하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도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교사들의 실천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자발적 참여의 에너지를 모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교사들의 이런 노력이 지역에 머물지 않고 확산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화하는 방안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승진제도 개혁을 통해 비리의 근원을 도려내고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비리척결을 위한 제도 개혁에는 어느 정도의 저항과 내홍도 감내해야 한다.
 
새로운 학교는 학력의 패러다임 전환을 전제로 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학력의 개념은 단순 지식의 소유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지(知) · 덕(德) · 체(體)를 뛰어 넘는 '자기관리'와 '소통능력', 그리고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이 새로운 개념의 학력이다. 이를 위한 교육과정의 다양화, 교수 학습법의 개선, 평가 방법의 개선 등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이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상상력이 발현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사건건 보수언론의 발목잡기는 계속될 것이다. 신중한 접근으로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추진하려는 정책이 국민적 합의를 얻는 것이다. 색깔론과 포퓰리즘 논란에 휩쓸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 아닌가. 국민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책, 국민과 함께 논의하고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교육통치(government)가 아닌 참여와 소통을 통한 교육협치(governance)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은 사유화된 권력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07월11일 18: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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