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문수봉을 가다
올 들어 가장 덥다는 일기예보와 긴 가뭄으로 농작물이 타 들어가는데 저수지마다 가둬두었던 물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때에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학교는 모두 휴업에 들어갔고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다. 연일 방송에서 발표되는 감염자 소식에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다. 우리 학교도 벌써 휴업에 들어 간지 일주일이 지났다.
날도 덥고 밖 출입을 자제해야 하지만 혼자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고 배낭에 간단한 준비물을 챙겨 길을 나섰다.
문수봉은 지난겨울 와우정사가 있는 은이산(용인시 처인구 해곡동)을 다녀갔던 곳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해곡동에서 원삼면 사암리를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 곱든고개다. 고불고불 몇 차례 굽이를 돌아드니 야생동물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내준 터널이 나오고 터널을 지나 바로 옆에 차량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보인다. 고개를 넘나드는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지나는 고갯마루부터 시작하여 문수봉까지는 거리가 얼마 안돼 보인다.
고개는 많이 지나다녀 보았지만 산을 오르기 위해 와보기는 처음이어서 조금은 긴장도 되었다.
문수봉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403미터로 오래 전 문수사라는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문수봉 아래 약 200미터 쯤 내려가면 마애보살상이 있는데 고려 초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문수봉은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하는 한남정맥의 줄기에 있어 남쪽으로는 구봉산, 도덕산, 칠장산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함박산, 부아산, 석성산으로 맥을 잊고 있다.
문수봉에서 동쪽을 바라보는 곳의 물줄기는 경안천을 따라 양수리 팔당호로 흘러들고, 서쪽으로 바라보는 곳은 진위천을 따라 어비리저수지에 머물다 아산만으로 흘러와 서해에 이르게 된다.
배낭의 짐을 다시 한 번 챙기고 신발 끈도 다시 묶고 나서 산을 오르니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올 들어 가장 무덥다는 유월 날씨가 한 여름 땡볕 못지않았다. 그래도 숲속은 그늘이 있어 견딜 만 했지만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니 숨은 차오르고 이마에서는 구슬땀이 눈꺼풀을 덮는다.
숲속도 가뭄으로 인해 걷는 발걸음마다 먼지가 피어올라 신발은 먼지로 뒤덮였다.
이십여 분 오르막을 오르니 산등성의 확 트인 공간이 앞에 다가선다.
숲을 지나는 바람이 이마에 땀을 식혀준다.
사암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용인팔경의 하나라는 용담저수지가 유리거울처럼 구름을 담고 있다. 마주보이는 곳에는 마을을 품은 산기슭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보이고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보인다.
더위 때문인가 시야는 선명하지 않고 때 묻은 유리창 넘어 풍경을 보는 듯 했다. 산등성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다보니 하늘 높이 치솟은 송전탑이 능선을 깎은 넓은 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송전탑을 지나 조금을 더 오르막을 오르니 한남정맥의 지류인 문수봉이 나타났다.
정상에는 정자를 비롯하여 몇 가지 운동기구가 있고 태양열을 이용한 안내 광고판과 길안내 표지판이 서있다.
주변은 숲으로 덮여 산 아래 경치는 보이지 않았다.
정자에서 땀을 식히며 물과 간식을 먹고 고초골 방향으로 가다보니 우측으로 석유공사 저장고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멀리 원삼면소재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코스가 1번 코스로 끝까지 가면 318번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문수산터널을 지나면 묵리 굴암이 나오게 된다.
석유공사 저장고를 조금 더 지나 고갯마루에서 가던 길을 멈춰다. 날씨는 덥고 초행길을 혼자 등산하기는 무리인 것 같아 다음에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던 길로 발길을 돌렸다.
문수봉에서 정맥의 지류인 동쪽으로 200미터 내려가면 문수산 마애보살상이 있다고 하여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은 꼭 보고가야겠다는 생각에 흐르는 땀을 닦아대며 찾아가보니 숲에 덥힌 암반에 두 보살이 살며시 나타났다.
정오를 넘은 시간이라 햇살이 정면으로 들어와 암반에 새겨진 보살을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다.
역광을 피해 자세를 옮겨가며 몇 장의 사진을 찍고 200미터 계단을 다시 올라 문수봉에 다다르니 더위로 지친 몸에 이제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준비해간 물 두통을 다 마시고 나니 어느 덧 처음 출발했던 곱든고개가 보인다.
늦은 시간에 산을 오르려는 일행이 내게 산행에 대해 묻는다.
몇 시간 먼저 경험한 나는 일행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체험을 한다는 것은 아마 이런 맛이 아닐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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